예쁜 글씨, 바른 글씨가 꽃피는 나라
세계인에게 미지의 땅이었던 고요한 아침의 나라 한국은 지구촌 사람들이 꿈꾸는 동경의 대상으로 언젠가 한번은 꼭 가보고 싶은 나라가 되었습니다. 세계의 어느 골목, 어느 언덕에서나 한류 문화의 아지랑이가 아롱아롱 피어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한국의 소리, 한국인의 표정, 한국이 만든 상품이 최고 최상의 대우를 받으면서 인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단연코 한글의 저력에 힘입은 바 크다고 생각합니다.
K팝을 부르면서 한글을 익혔고, K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인의 말씨를 배운 사람들은 한국인의 문자 한글이 문명국의 문자 가운데서 가장 배우기 쉽고 식별이 단일하여 초심자가 언중(言衆) 속에 뛰어들어도 공포감에 질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는 세종대왕께서 1443년에 창제하신 훈민정음에서 비롯되었을 터이니, 이에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처럼 비견될 수 없을 만큼 존경스러운 문자를 가진 우리가 오늘날 읽고 말하면서도 잘 쓰려하지 않습니다. 연필로, 철필로, 붓으로 만년필로 정성을 다해 꼭꼭 눌러 써오던 귀중한 체험을 내던지고 말았습니다. 물론, 컴퓨터, 휴대전화 등이 손글씨 쓰기의 수고를 대신해 주는 편리함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문화적 창조 활동의 일부를 스스로 저버리는 행위와 같습니다.
이러한 차제에 ‘훈민정음 기념 사업회’에서 훈민정음 해례본을 바탕으로 ‘훈민정음 경필 교본’을 만들어 보급하는 유익한 사업을 벌이면서 책임을 맡으라고 하매, 평생 글씨만 써온 사람으로서 기껍고 고마운 마음을 다해 이를 적극 승낙하였습니다. 우리의 국보요, 인류의 자랑인 훈민정음을 다양한 필기도구로 직접 씀으로써 그 고매한 정신과 불후의 가치를 육화(肉化)하고 생활화하는 일이야말로 사경(寫經)의 정성에 미치지 못한다 아니할 것입니다.
훈민정음의 원본 서체를 보급하고, 그 고전적 품격을 융합하여 새로운 문화 창출에 이바지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함에도 큰 의의가 있을 줄 압니다. 그래서 이 사업의 일환으로 쓰기의 수준을 향상시켜 ‘경필 급수(硬筆級數)’를 사정, 개인 시상제를 운영하려고 합니다.
훈민정음 경필쓰기 교본을 세상에 선보입니다. 이 책으로 함께 글씨 쓰는 한국의 참모습을 널리 선양하여 그 어디서나 예쁜 글씨, 바른 글씨가 사람들의 마음과 몸을 더 아름답게 피워내는 꽃밭을 열어 글씨 향기 넘쳐나는 우리의 둘레가 되기를 바랍니다.
훈민정음경필쓰기진흥위원회
위원장 김 동 연
사)세계문자서예협회 이사장
국립현대미술관초대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