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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onminjeongeum 2022 신년호 특집

훈민정음 칼럼 훈민정음과 한글의 차이점을 아십니까?  훈민정음은 지구상에 현존하는 200개가 넘는 문자 중에서 유일하게 『조선왕조실록』이라는 역사적 사료에 기록된 문헌을 근거로 창제자와 창제연도를 알 수 있는 문자이다. 그리고 1940년 훈민정음의 창제원리가 기록된 『훈민정음해례본』이 발견됨으로써 훈민정음이 창살 무늬를 보고 즉흥적으로 만들었다는 세간의 억측을 일시에 잠재우면서 과학적이고도 철학이 담긴 전무후무한 위대한 문자로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대한민국 정부는 1962년『훈민정음해례본』을 국보로 지정하였을 뿐만 아니라 유네스코에서도 1997년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하여 훈민정음의 우수성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세종실록에는 훈민정음에 관해 어떻게 기록하고 있을까? 원문 : 是月上親制諺文二十八字其字倣古篆分爲初中終聲合之然後乃成字凡于文字及本國俚語皆可得而書字雖簡要轉換無窮是謂訓民正音 독음 : 시월상친제언문이십팔자기자방고전분위초중종성합지연후내성자범우문자급본국이어개가득이서자수간요전환무궁시위훈민정음 풀이 : 이달에 임금이 친히 언문 28자를 지었는데, 그 글자가 옛 전자를 모방하고, 초성·중성·종성으로 나누어 합한 연후에야 글자를 이루었다. 무릇 문자에 관한 것과 이어(俚語)에 관한 것을 모두 쓸 수 있고, 글자는 비록 간단하고, 요약하지마는 전환하는 것이 무궁하니, 이것을 훈민정음이라고 일렀다.  위 기록은 『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 102권>의 세종 25(1443)년 음력 12월 30일 경술 2번째 기사에 보이는데 57자에 불과한 짧은 기록에서 우리는 훈민정음에 대한 몇 가지의 움직일 수 없는 사실(史實)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 임금(세종)이 친히 지었다. 둘째, 28자이다. 셋째, 옛 전자(篆字)를 모방했다. 넷째, 초성·중성·종성으로 나누어 합한 연후에야 글자를 이루었다. 다섯째, 모든 문자나 말을 쓸 수 있다. 여섯째, 글자는 간단하고 요약하다. 일곱째, 전환하는 것이 무궁하다. 여덟째, 이 글자의 이름은 훈민정음 즉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이다. 이같이 훈민정음의 창제에 대한 사료가 있었음에도 창제원리를 기록한 <해례본>이 6년이 부족한 500년 후에 경북 안동의 긍구당에서 출현한다. 그래서 우리는 세계문자 중에서 유일하게 창제연도와 창제자와 창제원리를 정확히 알 수 있는 위대한 문자 훈민정음을 보유한 문자강국이 된다. 그런데 500년 전 조선인으로 태어나서 조선의 왕이 된 제4대 임금(세종)이 신하들의 강렬한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문자를 몰라서 생활에 불편해하는 어리석은 백성들을 위해 창제한 28자의 훈민정음을 우리 후손들은 원형을 파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창제자가 명명한 본래의 이름인 훈민정음을 개명한 한글을 현대적 명칭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면 훈민정음 창제 당시에 극렬하게 반대 상소를 올리던 최만리 등에게 “너희가 운서를 아느냐?”고 일갈하셨던 세종께서 헤아릴 수 없는 밤을 지새우며 연구를 거듭한 끝에 창제하신 훈민정음을 1912년경 주시경이라는 젊은 학자가 한글 즉, ‘한(韓)나라의 글’이라는 뜻으로 개명해버렸기 때문이다. 더욱이 주시경은 1876년에 황해도에서 출생하여 39세의 젊은 나이인 1914년에 사망한 개화기의 국어학자이기에 1940년에야 발견된 <훈민정음해례본>의 존재조차도 알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세종께서 창제하신 훈민정음은 자음 17자에 모음 11자의 총 28자의 초성·중성·종성으로 구성하되 종성은 초성과 같은 글자를 사용한다는 것과 연서규칙 및 병서규칙을 사용하여 세상의 모든 소리를 담을 수 있도록 창제하였으나, 한글은 자음 14자에 모음 10자의 총 24자일 뿐만 아니라, 초·중·종성으로 구성되는 삼성법과 병서규칙을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연서규칙은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어서 세상의 모든 소리를 담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래서, 한글이라는 이름이 혹시 훈민정음을 창제하신 세종의 창제 정신보다는 일제 강점기에 조선어를 지킨 것에만 초점을 맞추는 데서 비롯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보면서 이제라도 훈민정음과 한글의 명칭에 대한 국민적 토론의 장이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사단법인 훈민정음기념사업회 이사장 훈민정음탑건립조직위원회 상임조직위원장 교육학박사 박 재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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